세상보기 12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서울대에서 A+를 받는 최우등생들의 공부방법이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이 책의 내용이 일부 인용되었습니다. 서울대생들의 공부방법들을 답답해하는 분위기 속에 원 연구자의 연구의 포인트는 다른 데 있다고 누군가 언급한 걸 보고그게 무언지 궁금해서 책을 사 놓았다가 뒤늦게 2016년 3월에 읽고 그 때 느낌을 적었습니다. 이혜정의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책은 쉽고 빠르게 읽힙니다. 아주 좋은 책입니다.다양한 데이터와 다양한 대학에서 얻은 경험, 충분한 연구가 녹아 있습니다.서울대 최우등생들의 공부방법이 모티브가 되었고 그래서 이슈가 되기는 했습니다만,정작 이 책이 강조한 것은, 학생들에게 책임이 있는게 아니라 교수들에게 책임이 있고,그 공부방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교수들이라는 것입니다.교수들이..

정경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 리사이틀

2016. 11. 19. 공연소감입니다. 오늘 한 분의 대가를 만났다. 오후 2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정경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6곡 전곡 콘서트 객석에 앉아 무대를 보니 무대가 휑하니 텅 비어 있어서 낯설다. 정말 무반주네. 바이올린 무반주 콘서트는 처음인데, 재미있을까.. 정경화가 느릿느릿 들어온다. 빈 넓은 무대에 혼자 서니 왜소해보인다. 연주가 시작된다. 소리가 조금 작게 들린다. 그런데 곧 홀에 소리가 꽉 차기 시작한다. 마치 앞서 지나간 음이 없어지지 않고 홀 여기저기를 채우는 듯 하다. 정경화의 모습도 점점 커져 간다. 반주 없이 바이올린 소리만 있으니 음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눈을 감으면 음이 보이고, 눈을 뜨면 정경화가 보인다. 2곡을 마친 후 휴식을 할 때, 엉뚱하게 어제의 변론이..

기술의 발전과 글 쓰기의 미래

기계와 컴퓨터가 글을 쓰는 시대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저작물에 대한 정의에 의문을 품게 만들고 있다. 저작물의 정의라는 것이 객관적 진리라고 할 수 없으니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저작물의 정의에 의문을 품게 하는 시발점은 단순한 정의의 문제를 넘어 사람들에게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유명한 비즈니스 잡지인 Forbes의 웹사이트에는 Narrative science라는 코너에 글이 지속적으로 게재되는데, 이 글들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쓴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Narrative science 회사의 Quill이라는 프로그램이 쓰는 글들이다. 컴퓨터가 쓴 글이라고 해서 매우 엉성할 것이라는 선입견..

영화 감상 후기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어제 아직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은 수입영화를 지인 덕택에 시사회에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내년 1월 1일 개봉 예정입니다.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이니, 간단하게만 말하면, Life 잡지사의 필름작업부서에서 일하는 남자주인공은 가계부를 직접 쓰고 소심하고 여자 친구도 없어서 연인소개 사이트에 자신을 등록한 소시민입니다.어느 날 사이트에서 호감을 가지게 된 여성이 같은 잡지사에 근무하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침 잡지사가 구조조정을 시작하게 되어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상황에서 숀이라는 유명 사진작가가 보내 온 필름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유명 사진작가는 그 필름에 ‘삷의 정수’가 담겨..

신부님과 중독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 신부님은 알콜중독을 비롯한 각종 중독자들이 중독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놀랍게도 그 분 자신이 한 때 알콜중독상태에 빠져 있었고, 1년간 폐쇄병동에서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심상치 않은 신부님의 경력(?)에 잠시 놀란 후 생각해보니, 그 분의 말씀과 도움을 접하는 중독자들은 훨씬 더 마음의 평안을 얻고 중독 상태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독의 경험이 있는 분이 중독자의 심정을 잘 알고 길을 잘 인도해줄 수 있을 터인데, 하물면 그 분이 신부님이라면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일게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힘이 되어 준다면 그..

사직인사

이 글은 2012. 2 15. 법원을 사직하면서 퇴임식장에서 말하고, 법원의 지인들께 메일로 보내드렸던 사직인사입니다.새삼스레 사직인사를 블로그에 올리는 이유는, 이 글을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는데다가, 이 글이 비록 과거에 대한 인사이지만 미래에 대한 내 자세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 직 인 사 법원가족 여러분들께 법원을 떠나는 마지막 인사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2월 16일자로 법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1991년 3월 제가 법관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뒤 어느덧 21년이 지났습니다.그 21년은 저에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제가 21년 동안 행복하게 그리고 대과없이 법관생활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일 배우기 바쁘던 배석판사 시절부터 제 주위에는 따뜻하게 저를 이..

2012. 3. 3. 부암동

2007년에 부암동의 Art for Life에서 공연을 듣고 식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부암동을 처음 가 보았으나, 어두운 저녁시간에 차로 Art for Life에 왔다가 돌아갔기 때문에 부암동을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차가운 밤 공기에 심신이 맑아지는 느낌만 있었지요. 이 날 사진기를 들고 부암동을 어슬렁거렸습니다. 조용했습니다. 여기 저기 집주인이 꽤나 신경썼을 건물들이 보이고, 낮은 담장 너머로 우편배달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머니가 보이고, 차고를 개조해서 공방을 만들어 놓고 어린 아들, 딸과 함께 목공품을 만드는 아빠도 보입니다. 삼청동이나 북촌과 다른 정겨움이 느껴집니다. 사진기를 들고 다니다보면 문득 그 사진기마저도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사진기 없이 동네를 돌다가 산길로..

영화 블랙스완을 보았다.

오늘 아내와 함께 영화 블랙 스완을 보았다.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와 흑조에 관한 스토리에서 비롯된 영화이면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 외에 자세한 내용을 모른 채 보게 되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영화는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느슨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았다. 상영이 끝나고 많은 관객들이 자리에서 매우 천천히 일어났다는 점에서 여느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 영화가 끝났음을 실감하지 못하기도 하고, 끝났음을 알면서 여운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았다. 발레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으로 선택되어 연습을 시작한 발레리나 니나는 단장으로부터 자신이 백조의 역할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으나 자신이 소화해야 할 흑조가 보여주어야 할 사악함과 관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니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