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

양형기준과 형사변호인의 역할

이응세 2012. 3. 11. 17:02

대한변협신문 제389호 2012년 03월 05일에 양형기준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내용은 이 글의 밑 부분에 올렸다.

바로 얼마 전까지 양형기준을 직접 적용하다가 이제는 양형기준의 적용을 바라보게 된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기사이다.
아래 기사 중 양형기준 적용에 대한 비판은 양형기준을 처음 만들 때부터 제기되었던 것들이고, 그만큼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그 비판처럼 현재 법원이 기계적으로 수학문제 풀 듯이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는지, 그 결과 당초의 의도와 달리 양형기준이 국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엄하게 적용되어 피해를 입히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는지는, 이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양형기준이 만들어질 때 나는 장차 법원에서 양형기준을 적용하는데 일정한 방향성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수학문제 풀 듯이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고, 적당하게 무시할 수도 있다. 시간이 흘러갈 수록 두 방향 중 어느 한 쪽으로 기울 것이다. 하지만 양형기준의 적용이 어느 한 쪽으로 너무 기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두 방향의 중간 지점 어디에선가 적절한 균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면서, 양형기준의 적용에서 법원이 적절한 균형을 찾도록 하는데는 형사변호인의 역할도 상당히 크다고 미리 생각해본다.
양형요소는 정말 다양하고, 각 요소들에 어떤 비중을 둘 지는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사건에서 어떤 양형요소가 의미있는 것인지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같은 사건 기록을 읽더라도 피고인측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양형요소와 법원이 중요시하는 양형요소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형사변호인은 사건의 양형요소를 제대로 찾아내어 변론함으로써 재판부로 하여금 양형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때로는 양형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양형이 그 사건에서 적절한 양형임을 잘 설득하여야 한다.

변호인은  법원이 중요시하는 양형요소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피고인에게 전달하고, 피고인에게서 일반,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특유하고 구체적인 유리한 양형요소를 잘 찾아서 변론에 담아야 한다. 이는 그동안 법관으로서 형사재판에서 양형을 하면서 자주 느끼고, 때로는 변호인들에게 아쉬웠던 점이다.

일반인들은 형사변호인의 역할이 법정에서 재판부에게 그저 선처를 구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에 맞는 변호인을 찾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형사변호인의 업무는 무죄변론이 아닌 양형변론을 할 때조차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치한 작업을 거쳐야 하고, 사건에서 양형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오랜 경험과 합리적인 사고방식, 설득력 있는 변론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대한변협신문 기사)
양형기준, 과연 이대로 가도 되나
일선 판사들의 기계적인 중형 선고로 새로운 원성소지
재벌 잡는다고 만든 획일적 형량에 서민만 피해볼 수 있어

대법원에서 제시한 양형기준이 일반화됨에 따라 판사들 중에 구체적인 사건내용과 배경을 소홀히 한 채 형식적 획일적으로 형량을 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재판의 본질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극빈층이 범죄행위를 했을 경우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 주고 합의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재판장의 재량으로 정상을 참작해 과감히 석방해야 할 상황도 흔하다. 이런 현실의 구체적 타당성이 양형기준 때문에 제한된다는 법조계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고등법원의 부장판사는 “항소심으로 올라오는 사건을 보면 지방법원에서 양형기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경우도 많은데 판사들이 고민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판결을 선고한 경우가 많다”면서 “양형기준대로 하면 판사들은 책임을 면해서 편할 수 있지만 의외로 국민에게 현실적으로 가혹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양형기준은 소수의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적 여론에 밀려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시행과정에서 극소수의 재벌보다는 대부분의 국민에게 무차별적인 엄한 기준으로 적용되어 역효과를 빚어내고 있다.
오랫동안 형사재판을 해 온 한 법원장은 “형사재판이란 외형적으로 죄가 무거운 것 같아도 참회를 하고 다시는 재범을 하지 않을 사람은 관대하게 처리하고 그와 반대로 공소사실이 가벼워보여도 질이 나빠 이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는 사람을 구별하는 법관의 정신적 작업”이라고 하면서 “재판장은 사회의 십자가를 지고 그런 성스러운 소명을 수행해야 하는데 세부적인 매뉴얼을 작성해서 기계적으로 따르라고 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의 고위 관계자는 “사법부 역시 좋아서가 아니라 국민여론을 따를 수밖에 없어 세부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간 게 아니냐”면서 “이런 양형기준의 보급으로 일선의 초임판사들이 고민하지 않고 수학문제를 풀 듯 형을 선고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대법원의 고위관계자는 또 “철저한 양형기준을 만들고 작량감경조차 불가능하게 판사의 재량을 통제하는 것은 검찰기소의 적정여부를 판단하는 사법부의 권한을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대표인 양삼승 변호사는 “사법부와 직접 간접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대통령, 검찰, 국회, 헌법재판소와 언론까지도 사법부의 권한이 축소되기를 바라고 있고 대통령도 컨트롤이 안 될 대법관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지금의 사법부에는 과거의 김병로 대법원장, 이일규 대법원장 같은 거목이 존재하지 않아 심하게 여론에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변호사는 또 “판사들이 양형기준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을 해도 되는데 대부분이 착한 모범생 성향이라 여론과 대법원에서 정한 양형기준에 착실하게 따라가기 쉽다”라면서 “구체적인 재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대로 사법부의 선고가 몇 년을 간다면 새로운 국민적 불만이 폭발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Barun Law

이 응 세 파트너 변호사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92길 7 바른빌딩 13층 (우:135-846)

대표전화 : 02-3476-5599, 직통전화 : 02-3479-7860

홈페이지 : www.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