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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계약상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 (1) [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이응세 2017. 1. 3. 15:27

[이 글은 2016년 11월 14일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에서 발표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신탁법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법조인, 교수, 기업임원 들을 포럼위원으로 위촉하여, 매월 1회 신탁 관련 주제를 토의하는 포럼이며, 필자는 2014년부터 신탁포럼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1. 수탁자의 선관주의 의무의 내용

 

신탁법 제32조(수탁자의 선관의무) 수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注意)로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구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수탁자의 신탁사무처리의무) 수탁자는 신탁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처분하여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02조(선관의무 및 충실의무) ① 신탁업자는 수익자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신탁재산을 운용하여야 한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는 민법상 위임에서 수임인의 주의의무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토지신탁계약의 수탁자는 우선적으로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사무처리를 하여야 하나, 그 지시에 따라 신탁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신탁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위탁자에게 불이익할 때에는 그러한 내용을 위탁자에게 알려주고 그 지시를 변경하도록 조언할 의무를 진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은 매우 넓고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수탁자의 행동이 타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의 행동으로서 합리적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선관주의의무의 내용 및 그 위반 여부는 수탁자의 행동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충실의무의 경우에 수탁자의 특정한 행위가 바로 충실의무 위반이 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수익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선관주의의무 위반의 예로는, 신탁재산의 관리에 관한 사유로, 수탁자가 신탁재산인 현금을 금고에 사장하여 그 이자수입을 올리지 않은 경우, 신탁재산의 점유를 상실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상실시킨 경우, 가옥의 파손에 관하여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수선을 게을리하여 못 쓰게 만든 경우, 채권에 관하여 권리행사를 게을리하여 소멸시효에 걸리게 한 경우, 위험한 투자를 하여 신탁재산 원금을 상실시킨 경우를 들 수 있고, 신탁재산의 처분에 관한 사유로, 신탁재산을 현 상태대로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탁재산에 질권․저당권 등을 설정하거나 신탁재산을 타에 매각한 경우, 신탁재산을 일정액 이상 매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정액 이하로 매각한 경우, 은행에 예금해야 할 신탁재산인 금전으로 주식을 구입한 경우, 신탁재산에 대한 채무를 면제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고 한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구신탁법은 ‘신탁의 본지에 따라’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위 대법원 2004다24557 판결은 신탁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없는 경우에는 본래의 신탁계약에 따른 사업추진을 변경하도록 하는 것도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으므로, ‘신탁의 본지’는 당초의 신탁계약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자본시장법에서 요구하는 은행 및 신탁회사와 같은 전문수탁자의 주의의무는 신탁법에서 수탁자에게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선관주의의무보다는 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신탁법상의 선관주의의무도 대체로 수탁자가 전문수탁자인 신탁회사인 경우에 문제가 되므로, 신탁법상의 선관주의의무와 자본시장법상의 선관주의의무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차이가 있다고 하기 보다 신탁행위가 다르기 때문에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1. 선관주의의무 위반의 효과

 

1.1. 원상회복 의무 및 손해배상 의무

 

수탁자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면 신탁법 제43조(구신탁법 제38조)에 따라 원상회복의무 또는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이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신탁사무의 기본적인 내용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서, 신탁계약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경우에 부담하는 의무이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 예

 

▻ 대법원ᅠ2002. 3. 26.ᅠ선고ᅠ2000다25989ᅠ판결ᅠ

토지개발신탁계약의 수탁자가 경영과 재무구조가 부실한 건설회사를 시공업체로 선정한 뒤, 시공사가 공사 선급금을 신탁사업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할 것을 알면서도 채권 확보에 대한 대책도 없이 선급금 지급 규정을 어기면서 선급금 명목으로 150억 원의 거액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배임행위를 하였고, 급기야 시공사가 부도가 나 공사는 착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탁자의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마저 그와 같은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이 사건 신탁사업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 점을 알 수 있다고 판단하여 신탁사업이 장기간 수행되지 않은 원인과 관련하여 피고의 책임을 인정하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위 사건에서,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위탁자가 신탁계약을 해지하였고, 원심은 계약해지를 인정하였는데,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해지사유는 잘못이지만, 결과적으로 해지는 적법하다고 보았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 서울고등법원 2006. 12. 15. 선고 2005나73978 판결

IMF 외환위기사태 등의 외부적인 환경에 부실경영이라는 내부적인 문제로 인하여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정도로 방만한 경영을 해오는 등,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른 토목공사와 부대시설 공사를 완료하여 일체로서의 공업단지를 조성하여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건설회사에 대한 배분계약도 불이행하여 배분대금 70억 원을 반환하게 되었음에도 위와 같은 방만한 경영으로 70억 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달리 이를 반환할 방법도 없어, 결국 이 사건 공단 부지 398,810㎡ 중 공장용지 304,585㎡가 건설회사의 신청에 의한 임의경매로 상실됨에 따라, 이로써 이 사건 신탁계약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종료된 사건에서 353억여 원의 신탁사무처리비용 및 신탁보수를 105억여 원으로 제한한 사례이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로는,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이 있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997. 11. 5. 지하 6층, 지상 16층 규모의 중대형의 오피스텔을 신축·분양하고, 신탁사업의 소요자금은 피고 케이비가 금융기관의 차입금(총사업비의 70% 이내)과 분양수입금으로 조달하되 분양수입금 중에서 공사대금에 앞서 위 차입금을 우선하여 변제하고, 위탁자 겸 수익자인 원고들의 수익은 건물이 준공된 후 지상 2, 3층 전체와 지하 1층 분양면적 중 200평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에 의하여 대물로 지급받되 정산 후 수익부분은 원고들의 수익으로 하기로 하는 내용의 토지신탁 기본약정을 체결하였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피고 서진은 1997. 12. 22.경 원고들 명의로 창원시장으로부터 위 오피스텔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았고 나아가 1998. 1. 19. 원고들과의 약정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신축 오피스텔 건물의 지상 2, 3층과 지하 1층 약 200평을 수익으로 보장하고 이 사건 토지신탁사업에 따라 신탁사업 종료시까지 발생하는 비용과 제세공과금은 피고 서진의 부담으로 하되 사업종료시 순수이익은 피고 서진이 갖기로 하였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피고 케이비는 1998. 1. 23. 원고들과 사이에 위 1997. 11. 5.자 약정에 기초하여 그 약정과 같은 내용(건축연면적은 38,213.38㎡로 조정함)으로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피고 서진이 1997. 12.경 모델하우스를 완공한 후 사전분양에 들어갔으나 1998. 5. 중순경까지 총 175실 중 6실만이 분양되는 등 분양에 실패하자 피고 케이비는 기존의 건축설계에 의한 오피스텔 신축 및 분양사업은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공사도급계약체결을 미루어 왔고, 그 후 피고 케이비는 피고 서진의 요청에 따라 1999. 3. 4. 신축 오피스텔을 중소형 중급 오피스텔로 설계변경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피고 서진과 사이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피고 서진은 1999. 6. 10. 주식회사 동평토건에게 토공 및 흙막이 가시설 공사를 하도급 준 후 공사를 수행하다가 1999. 11.경 공사를 중단하였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위 분양 당시는 이른바 IMF 경제위기하에서 지역경제가 침체되어 있었고 당초 계획한 오피스텔은 중대형의 고급 오피스텔로 분양가가 높았기 때문에 오피스텔 사전 분양에 실패하였던 것으로, 오피스텔 분양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축규모를 중소형 중급 오피스텔로 변경하여 공사원가를 대폭 줄이고, 분양가를 합리화하며, 상가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방향으로 건축설계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었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원고들과 피고 케이비 사이의 신탁계약에 의하면, 원고들의 동의를 얻어야 신탁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수차례 설계변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수익감소를 우려한 원고들의 설계변경에 대한 반대로 설계변경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원고들은 피고 케이비에게 2000. 12.경 최종적으로 설계변경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2001. 3.경 신탁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위 대법원 2004다24557 판결에서 유의할 점은, 선관주의의무의 위반에는 주의의무 위반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하는 경우와 주의의무위반이 채무불이행으로서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상환청구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로 나누면서, 전자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후자를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다음 글에서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의 효과로서 '비용상환청구권의 제한'을 설명합니다)


이응세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14년 - 현재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위원

2013년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 금융법무과정 (신탁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