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6년 11월 14일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에서 발표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신탁법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법조인, 교수, 기업임원 들을 포럼위원으로 위촉하여, 매월 1회 신탁 관련 주제를 토의하는 포럼이며, 필자는 2014년부터 신탁포럼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1.2. 비용상환청구권의 제한(배제 또는 감액)

 

대법원 2004다24557 판결은, 수탁자가 신탁사업을 수행하면서 지출하거나 부담한 비용과 관련하여 수탁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수탁자에 대한 비용상환채무의 범위를 정하는데 참작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금융변호사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피고 케이비가 신탁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반 비용을 지출 또는 부담함에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피고 케이비의 이러한 과실 내지 부주의는 피고 케이비의 원고들에 대한 비용상환청구 또는 보수청구의 범위를 제한하는 고려 요소가 될지언정 원고들에 대하여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채무불이행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중략)

(구신탁법 제1조, 제28조, 제42조, 제44조, 제38조) 규정의 취지에 의하면, 수탁자가 신탁의 본지에 따라 신탁사업을 수행하면서 정당하게 지출하거나 부담한 신탁비용 등에 관하여는 신탁자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수탁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위반하여 신탁비용을 지출한 경우에는 이러한 과실로 인하여 확대된 비용은 신탁비용의 지출 또는 부담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수탁자는 비용상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와 더불어 토지개발신탁에 있어서는 장기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고 부동산 경기를 예측합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어서 경우에 따라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수탁자가 부동산신탁을 업으로 하는 전문가로서 보수를 지급받기로 한 후 전문지식에 기초한 재량을 갖고 신탁사업을 수행하다가 당사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경제상황의 변화로 신탁사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신탁계약이 중도에 종료되고, 이로 인하여 위탁자는 막대한 신탁비용채무를 부담하는 손실을 입게 된 사정이 인정된다면, 신탁비용의 지출 또는 부담에서의 수탁자의 과실과 함께 이러한 사정까지도 고려하여 신의칙과 손해의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로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중략)

피고 케이비는 원고들과 사이에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사업을 추진하면서 원심이 인정한 위 (생략) 비용을 지출 또는 부담한 사실이 인정되나, 원심과 같이 그 전액을 그대로 피고 케이비의 원고들에 대한 청구권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① 우선 피고 케이비가 피고 서진에게 일괄 지급한 광고선전비 500,000,000원, 모델하우스 건립 및 철거비 500,000,000원 및 피고 케이비가 스스로 부담하였다고 하는 금융비용 593,384,665원 등에 대하여는 그 비용이 실제로 신탁사업을 위하여 정당하게 사용된 것인지 좀 더 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고, ②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피고 케이비는 부동산신탁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서 전문지식에 기초한 재량을 갖고 신탁사업을 전개한 사실, 이 사건 토지신탁계약은 1997. 11. 5. 토지신탁 기본약정을 체결한 후 사업 도중에 이른바 IMF 경제위기로 이 사건 오피스텔의 사전분양에 실패하면서 2002. 12. 30. 이 사건 토지가 원상복구되어 종료될 때까지 5년 여 기간 동안 별다른 성과없이 진행되다가 중단된 사실, 이로 인하여 원고들은 아무런 수익도 얻지 못한 채 상당한 금액의 신탁비용채무만을 부담하게 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신탁비용에 관한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케이비로서는 원고들로부터 위탁받은 신탁사업을 수행하면서 경제사정의 변화를 참작하여 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 규모도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지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방만하게 비용을 지출 또는 부담한 점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케이비가 신탁비용의 지출이나 부담에 있어서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야 하며, ③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토지신탁사업이 원고들과 피고 케이비가 예상하지 못하였던 이른바 IMF 경제위기로 오피스텔 사전분양에 실패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중도에서 종료되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상당한 규모의 신탁비용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점까지도 함께 참작하여, 신의칙 및 손해의 분담이라는 취지에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고들의 비용상환채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별개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지 않는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태도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대한 과실상계에서 과실의 의미를 약하게 보는 입장과 일맥상통한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금융변호사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결국 위 대법원 2004다24557 판결에 따르면,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이 인정되려면 수탁자가 실제 지출․부담한 신탁비용이어야 하고, 나아가

①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여 지출․부담하였으므로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

신탁사업을 적절하게 진행하고 그에 맞추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지출․부담하여야 함에도 방만하게 지출․부담한 것

③ 그 외에 당사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경제사정의 변화로 인하여 증가한 것

이 있다면, 이것이 비용상환채무의 범위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금융변호사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위 판시 내용의 ①은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비용상환의무가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②는 방만한 지출․부담이라는 점에서 정당한 사유 없는 것에 비하여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여겨지고, 위에서 보았듯이 신의칙상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라고 볼 수 있다. 

위 대법원판결이 약한 의미의 부주의이면서 채무불이행이 아니고 비용상환의무의 범위에만 고려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①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함이 분명하고 ③은 주의의무 위반이 아닌 외부적인 상황으로 인한 것이므로, 대법원판결에서 약한 의미의 부주의이면서 채무불이행이 아니되 비용상환의무의 범위에 고려될 수 있다는 사정은 ②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③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주의의무위반이 없는 외부적 상황으로 인한 비용증가도 비용상환청구의 범위에 반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금융변호사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다음 대법원판결도 같은 입장에서 판시하였다.

▻ 대법원ᅠ2008. 3. 27.ᅠ선고ᅠ2006다7532,7549ᅠ판결ᅠ

수탁자인 코레트신탁이 지출한 비용 중 직접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제공된 것은 복개공사비, 모델하우스 부지 임차 및 시공비, 설계비, 감리비, 지질조사 및 측량비, 세금·보증보험료·지방채매입대금·인지세, 광고 및 분양기획비용 등으로 지출한 4,323,100,730원과 복개공사준비작업을 위한 노임 400,000원이라고 할 것인데, 코레트신탁은 그 비용지출을 위해 무려 8배에 가까운 33,163,562,551원을 차용하고 그 이자로 12,783,150,863원을 지출하였다는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차용금채무의 부담 및 이자의 지출 전부가 이 사건 사업을 위한 것이었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코레트신탁이 위와 같이 실제로 지출된 사업비용에 비하여 현저히 많은 차용금을 차용하게 된 이유나 목적 내지 경위, 그 차용금의 구체적인 용도 등을 따져 보아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신탁비용액을 산정하였어야 합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그와 같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신탁비용액이 산정된다고 하더라도, 코레트신탁은 부동산신탁을 업으로 하는 전문가로서 보수를 지급받기로 한 후 전문지식에 기초한 재량을 가지고 신탁사업을 수행하는 자인데 이 사건 신탁사업이 종료됨으로써 수익자인 독립당사자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합니다)이 막대한 신탁비용상환의무를 지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신의칙 및 손해의 공평분담이라는 취지에서 수익자인 참가인이 상환할 신탁비용액을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로 제한할 여지가 있는지를 살펴 보았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위 대법원 2006다7532,7549 판결은, 위 대법원 2004다24557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정당하게 지출․부담한 비용을 먼저 확정한 후 이에 대하여 다시 신의칙 및 공평분담의 취지에서 비용상환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하였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금융변호사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한편 참고로 위 대법원 2004다24557 판결에서는,

피고 서진은 피고 케이비와의 공사도급계약 체결시 피고 케이비에게 공사이행보증금을 지급하며 피고 서진이 시공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공사이행보증금을 피고 케이비에게 귀속시키기로 약정하였음에도 피고 케이비는 공사도급계약 체결시 피고 서진으로부터 공사이행보증금을 지급받지 아니한 사실을 기초로, 피고 케이비가 피고 서진으로부터 공사이행보증금을 지급받았더라면 피고 서진이 시공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결과 피고 케이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에 피고 케이비는 공사이행보증금을 몰취하여 신탁비용의 일부에 충당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서진에게 시공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피고 케이비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이행보증금을 지급받지 않아 이로부터 신탁비용을 상환받을 수 없게 된 것이라면, 이러한 점도 참작하여 원고들의 비용상환채무의 범위를 제한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고,

신탁사무를 완료한 수탁자는 위탁자에게 약정된 보수액을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탁사무가 중도에 종료된 경우에는 신탁사무처리의 내용 및 경과, 신탁기간, 중단된 신탁사무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탁자의 손실, 기타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합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비용뿐만 아니라 보수액도 감액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후에도 위 대법원판결들의 판시를 그대로 따르면서,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을 대폭 제한한 판결이 있다.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금융변호사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 대법원ᅠ2016. 3. 10.ᅠ선고ᅠ2012다25616ᅠ판결

토지개발신탁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고 부동산 경기를 예측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어서 경우에 따라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수탁자가 부동산신탁을 업으로 하는 전문가로서 보수를 지급받기로 한 후 전문지식에 기초한 재량을 갖고 신탁사업을 수행하다가 당사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경제상황의 변화로 신탁사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신탁계약이 종료되고, 이로 인하여 위탁자 또는 수익자가 막대한 신탁비용상환의무를 부담하게 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신의칙과 손해의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로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

원심은, 수탁자인 피고는 부동산신탁을 업으로 하는 전문가로서 원고로부터 보수를 지급받기로 한 후 전문지식에 기초한 재량을 가지고 신탁사업을 수행한 점, 선행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사업은 이른바 IMF 외환위기로 인하여 신탁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었고, 이를 공매 처분한 결과 약 391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점, 피고는 선행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보수로 약 25억 원을 사실상 지급받은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신의칙 및 손해의 공평분담이라는 취지에서 피고의 비용상환청구권 행사를 6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이응세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금융변호사 신탁변호사 신탁법변호사

이응세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14년 - 현재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위원

2013년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 금융법무과정 (신탁법)



Posted by 이응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