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소송/부정경쟁방지법

[대법원판례] 병행수입업자의 상표사용행위가 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이응세 2012. 3. 11. 09:41

병행수입업자의 상표사용행위가 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2002. 9. 24. 선고 9942322 판결)

. 판결요지

     병행수입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서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1()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

. 사안

 1. 사실관계

    원고 A는 전 세계와 국내에“BURBERRYS” 및 그 문자와 기사가 말을 타고 도약하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한 도형을 결합한 표장 등을 상표등록한 바 있고, 다른 원고 B는 원고 버버리와 독점적인 수입판매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그 상품을 공급판매하고 있다.

    피고는 1996년부터 원고 버버리의 본사가 있는 영국 등에서 위 원고가 생산한 제품을 직접 수입하여(이른바 병행수입”) 직영매장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대리점을 모집하여 수입 제품을 국내 수요자들에게 공급하였다.

    피고 및 피고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다른 원심 피고들은 원고 버버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영업소나 매장 전면 간판에 원고 버버리가 등록한 상표한 거의 동일한 표장을 부착 또는 표시하여 사용하였고, 매장 내부의 벽에도 위와 같은 표장을 붙이거나 그러한 표장이 사용된 포스터 및 선전광고물을 부착하고, 포장지나 쇼핑백, 직원들의 명함에까지 위 표장을 표시하여 사용하는 한편, 의류잡지에 위 표장이 포함된 선전광고를 게재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원고 B가 운영하는 독점판매대리점과 피고의 매장을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고, 심지어 피고 또는 그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원고 B에게 반품을 요구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원고 A의 진정상품을 병행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는 피고가 위 원고의 상표이자 원고 B의 영업표지인 표장을 간판, 포장지, 쇼핑백, 명함 등에 사용하는 행위는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피고의 매장이 원고 버버리의 공인대리점이거나 위 원고와 라이센스 계약 등 어떠한 관련이 있는 영업소라는 인상을 주게 되어 상표권 침해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구한다고 주장하였는바, 원고 A에 대하여는 상표권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함을 원인으로, 원고 B에 대하여는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함을 원인으로 청구한 것이다.

3. 고등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병행수입 그 자체는 위법성이 없는 정당한 행위로서 상표권 침해 등을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전제하고 나서, 상표권자의 상표와 똑같은 표지를 크게 부각시켜 제작한 간판을 매장 입구 또는 외부에 설치하거나 매장의 전면 외벽에 이러한 표식을 부착하는 행위는 병행수입업자에게 허용되는 선전광고의 범위를 벗어나 독립한 "영업표지"로 표장을 이용한 것이고, 고객으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의 매장을 외국 본사의 공인대리점 등으로 오인케 할 우려가 있으며, 피고의 대표자 또는 직원들의 명함에 이 사건 표장과 동일한 도안을 넣는 행위 역시 단순한 상품표지가 아닌, 영업표지의 한 태양으로 상표를 사용한 것이고, 명함을 교부받는 제3자의 입장에서 명함의 소지자를 외국 본사 또는 그 대리점의 구성원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매장 내의 내부 간판이나 표식은 외부 간판과 달리 독립적인 영업표지로서의 기능이 희박하고, 오히려 고객으로 하여금 업자가 전시한 상품의 위치를 쉽게 발견하게 하며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표장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포장지 및 쇼핑백은 진정상품의 판매에 부수되어 무상으로 제공되는 물품으로서 여기에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표지를 도안으로 넣었다고 하여 이를 병행수입업자의 영업표지라 단정하기 어렵고, 고객의 입장에서도 이로 인하여 영업주체에 혼동을 가져올 우려는 없으며, 매장의 벽에 부착되거나 각종 잡지에 게재되는 선전광고물에 병행수입업자의 매장이 마치 대리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방식의 상표 기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이러한 행위들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병행수입 그 자체는 위법성이 없는 정당한 행위로서 상표권 침해 등을 구성하지 아니함은 원심의 판단과 같으므로 병행수입업자가 상표권자의 상표가 부착된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당연히 허용될 것인바, 상표는 기본적으로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가 특정한 영업주체임을 나타내는 상품출처표시기능과 이에 수반되는 품질보증기능이 주된 기능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병행수입업자가 위와 같이 소극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위와 같은 상표의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없고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상표권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상표권에 기한 침해의 금지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등을 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병행수입업자인 피고가 원고 A의 등록상표와 거의 동일한 표장을 선전광고물, 명함, 포장지, 쇼핑백, ·외부 간판에 부착 또는 표시하여 사용한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이 이와 달리 피고의 외부 간판 및 명함 부분이 원고 A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부분을 파기하였다.

    나. 한편 병행수입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서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하면서,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및 쇼핑백, 선전광고물은 영업표지로 볼 수 없거나 병행수입업자의 매장이 마치 대리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염려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표장의 사용이 허용되는 반면에, 사무소, 영업소, 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은 영업표지로 사용한 것이어서 이 사건 표장의 사용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들 외부 간판 및 명함에 대해서 이 사건 표장의 사용금지 및 그 폐기를 명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 의미

    이 사건은 상표법의 관점에서 병행수입업자가 수입한 상품에 관하여 소극적인 상표사용(상표권자의 상표가 부착된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을 넘어 상표를 사용하여 적극적인 광고선전행위를 하더라도 그것이 상품출처표시기능과 품질보증기능을 해하지 않는다면 상표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의미 있는 판결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의 관점에서는 상품출처표시기능을 해하지 않는 이상 그와 같은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목의 상품출처혼동행위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러한 상표사용행위가 제2조 제1()목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고, 그 구체적인 사용행위에 따라 영업주체혼동 여부를 판단한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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