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수필 나와의 대화

신부님과 중독

이응세 2012. 4. 19. 21:32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 신부님은 알콜중독을 비롯한 각종 중독자들이 중독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놀랍게도  그 분 자신이 한 때 알콜중독상태에 빠져 있었고, 1년간 폐쇄병동에서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심상치 않은 신부님의 경력(?)에 잠시 놀란 후 생각해보니, 그 분의 말씀과 도움을 접하는 중독자들은 훨씬 더 마음의 평안을 얻고 중독 상태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독의 경험이 있는 분이 중독자의 심정을 잘 알고 길을 잘 인도해줄 수 있을 터인데, 하물면 그 분이 신부님이라면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일게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힘이 되어 준다면 그 사람의 삶은 의미있는 삶일 것이다. 그가 사랑하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가장 좁게는 자기 자신일테고, 더 나아가 가족일테고, 친구와 주위 사람들로 그 범위가 점점 커져 가겠지.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반드시 많아야 할 것인가.

중독자를 위한 그 신부님이 중독자들에게 주는 사랑과 용기는 그 어느 성직자의 그것보다 더 본인에게 진실하고 중독자에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성철 스님처럼 많은 사람에게 위안과 용기를 줄 수는 없을 터.

자기의 상황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그 수의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큰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 가치는 한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