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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후기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응세 2013. 12. 14. 17:49

어제 아직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은 수입영화를 지인 덕택에 시사회에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내년 1월 1일 개봉 예정입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이니, 간단하게만 말하면,

Life 잡지사의 필름작업부서에서 일하는 남자주인공은 가계부를 직접 쓰고 소심하고 여자 친구도 없어서 연인소개 사이트에 자신을 등록한 소시민입니다.

어느 날 사이트에서 호감을 가지게 된 여성이 같은 잡지사에 근무하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침 잡지사가 구조조정을 시작하게 되어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상황에서 숀이라는 유명 사진작가가 보내 온 필름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유명 사진작가는 그 필름에 ‘삷의 정수’가 담겨져 있다고 했습니다.

이때부터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 

에피소드가 시작될 때까지 영화 초반부는 다소 지루한 감도 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지루한 감이 느끼지 못한 채 영화의 재미에 빠져들게 되고, 영화가 끝나면서 관객들 각자 자신만의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재미는 영상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반 이후 자연풍광에 인물들이 담긴 장면들이 정말 인상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첫 번 째 조건은 좋은 피사체입니다. 

그래서 피사체인 자연풍광이 좋기 때문에 영화의 장면들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영화 초반의 도심지에서 찍은 장면들의 구도나 색감도 다른 영화들에서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사진들입니다. 

이 영화를 찍은 카메라 감독의 뛰어난 감각으로 도심지이건 자연풍광이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답고 균형이 제대로 잡힌 장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의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누군가에게 삶은 평범하고 지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계기가 있으면 그 삶은 흥미롭게 바뀔 수 있다. 

그 계기는 자신이 세운 계획을 따라서 찾아오기보다 외부의 상황으로 우연히 찾아오기 십상이지만, 그 순간이 왔을 때 그 계기를 변화의 시점으로 잡을 지는 자신의 몫이다. 

자신이 선택한 행동으로 어떤 변화가 뒤따라 올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 스스로 자신을 던질 뿐이다. 

많은 망설임 끝에...

 

살아가면서 가끔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 변화를 꾀하려면 대개 어떤 계기가 필요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 계기를 직접 계획하고 만들어 나가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낯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 비록 짧지 않은 고민을 거치겠지만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로 자기를 들여놓는 첫 걸음이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자기가 내딛는 첫 걸음이 어디에서 끝날 지까지 너무 깊숙이 생각하면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없지요.

그리고 보면 이 영화의 초반부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 것은 주인공의 삶이 평범하고 지루했기 때문이겠고, 중반 이후에 영화가 재미있어 진 것은 주인공의 삶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이니, 영화의 전개도 주인공의 삶처럼 변화가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해보니 이 영화는 뜻밖에 상당히 역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삶의 정수를 담았다는 그 사진을 보면 알게 됩니다.

삶의 정수는 새로운 어떤 것,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어떤 것에 있지 않고 그 삶 안에 있었습니다.

소심하고 특별한 경험도 없어서 연인소개 사이트에서도 인기가 없었던 남자주인공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그 에피소드 덕분에 연인소개 사이트에서도 인기가 높아졌지만, 그 인기는 정작 남자주인공에게는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의 가치는 그의 삶 안에 있었으며 그가 원했고 실제 얻는 것은 그의 주위에 이미 있었습니다.

삶이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고, 다만 그 가치를 느끼고 찾는 데에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며 그 계기를 통하여 스스로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세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영화에서 Life 잡지의 motto라고 소개한 긴 문구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실제 Life 잡지가 창간될 당시의 motto는 While there's life, there's hope 라고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긴 모토보다 창간 당시의 실제 모토가 영화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응세 변호사